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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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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서원 2021. 3. 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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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민주화가 실현된 1990년대가 되기 전까지 <서울의 예수>와 <슬픔이 기쁨에게> 등으로 1970년대 신동엽과 김지하를 이어서 정치적 서정시를 써왔던 우리 시대의 시인 정호승. 그의 글이 한 때 이념 논쟁에 걸려든 적이 있다. 두 편의 칼럼 때문이었다. 하나는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칼럼이었다.

대통령은 세상을 버릴 자격이 없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그의 칼럼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도 나는 노 대통령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의 죽음을 어떻게 용납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이것은 국민인 나의 숙제이자 우리 국가의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께서 쓴 유서에는 우리 국가의 앞날에 대한, 통일 조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당부의 말씀이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국민에 대한 어루만짐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러셨을까.”

다른 하나는 2010년에 수장(水葬)된 46명의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칼럼에서 그는 우리의 형제와 조카같은 장병의 귀한 목숨응 앗아간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을 응징하라’ 했다.

두 글 모두 역사가 판단할 일이지 한국작가회의 총회가 정호승의 제명 연판장을 돌리거나, 일부 독자 대중들이 시집을 불태울 일이 아니었다. 옳고 바른 말은 귀에 안들어오고 자기 편에 이로운 말만 좋아하는 시대에 시인은 그가 속한 진영에서 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낙인 찍힐 뿐이다. 우리는 가롯 유다가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게 시인 정호승도 한 때 기가 꺽인 적이 있었다. 그도 ‘서울의 예수’처럼 군중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고, 못질을 당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아픔은 그의 시 ‘내 가슴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다시 일어나 지금 71살의 젊은 나이에도 시를 계속쓰고 있다. 최근 그는 ‘내 인생의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호남과 영남을 넘나들며 시민독자들에게 ‘사랑의 가치’ 전하며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일하고 있다.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 가슴에 손가락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비를 뿌리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한평생 그들을 미워하며
사는 일이 괴로웠으나
이제는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 내 가슴에 / 정호승

 술 취한 저녁 지평선 너머로 예수의 긴 그림자가 넘어간다

인생의 찬밥 한 그릇 얻어먹은 예수의 등 뒤로 재빨리 초승달 하나 떠 오른다

고통 속에 넘치는 평화, 눈물 속에 그리운 자유가 있었을까

서울의 빵과 사랑과, 서울의 빵과 눈물을 생각하며

예수가 홀로 담배를 피운다 사랑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이 모래를 씹으며 잠드는 밤 낙엽들을 떠나기 위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예수는 절망의 끝으로 걸어간다


- 정호승의 ‘서울의 예수’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