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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는 밤 시린 공기가”: ‘북서울꿈의숲’에 ‘꽃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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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서원 2021. 4. 2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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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는 밤 시린 공기가
모퉁이 구석진 곳 차갑게 스밀 때
흔적도 없는 빛바랜 그 곳에
잠시 기대어 생각을 해본다.

난 가끔식 그려 보았네
그리움을 뱉어낸 뒤에 꿈꾸는 날들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저 먼 곳에
거센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먼 곳에서

거친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내 마음에 위로가 되어
잊혀진 기억 초라한 그 곳에

작고 하얗게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날 숨쉬는 오늘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피어나”
-정환호, ‘꽃 피는 날’

2021.4.23 ‘북서울꿈의숲’ 공원에서 시민들이 오랜 황사 끝에 공기 맑은 오후 혼자 책을 보거나 코로나로 ‘삼삼오오’가 아니라 ‘삼삼사사’로 피크닉을 즐기고 있습니다.
서울 강북과 도봉 등 6개구에 둘러싸여 있는 초대형 공원인 '북서울꿈의숲'은 과거 드림랜드가 있던 자리 2008-9년 사이에 오세훈 시장이 조성했습니다. 66만여㎡에 조성된 녹지공원으로 월드컵공원과 올림픽공원, 서울숲에 이어 서울에서 3번째로 큰 공원입니다. 숲이 울창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벽오산, 오패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북서울꿈의숲'은 벚꽃길과 단풍숲 등의 생태적 조경 공간, 대형연못인 월영지와 월광폭포 등의 전통경관, 그리고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49.7미터의 전망대와 다양한 장르의 고품격 문화예술이 일년내내 펼쳐지는 '꿈의숲아트센터' 등의 공연장과 전시장, 레스토랑, 전망타워 등이 있는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공원입니다.

어린시절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강북구에서 자라고 꿈을 키웠습니다. 고3이 되었을 때 온 가족이 강남으로 이사 온 뒤로는 강북구에 갈 일이 좀처럼 없었는데 오늘 마침 정말 오랜만에 내 고향 같은 그 곳을 다시 찾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변해버린 강북의 센트럴 파크 ‘북서울꿈의숲’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도시에서 보기 드문 푸른 호수와 드넓은 잔디 광장 그리고 분홍, 보라, 주황, 하양으로 형형색색 철쭉과 영산홍이 눈길 머무는 곳에 환하게 피어 있었습니다. 월영지라는 넒은 연못 둘레에는 이름모를 들꽃들이 노랑 빨강으로 물빛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들이나 요양원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신 돌봄 청년들, 아이들과 소풍나온 젊은 부부, 데이트하는 연인들, 혼자서 독서하는 분들, 멀리 도봉산을 그리고 계신 노령의 무명화가님, 애견들을 산책시키는 분들 그리고 독수리 연놀이에 심취해 계신 외국인 아저씨 등 참으로 오랜 만에 보는 다양한 서울 시민들의 평온하고 행복한 풍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북구는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개발이 늦어진 소외지역이어서 시민들에게 공원을 제공한 것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강서권에는 월드컵 대공원이 강남에는 올림픽공원이 있기에 균형 차원에서도 말입니다.

2021.4.23 ‘북서울꿈의숲’ 공원의 월영지와 청운답원,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부럽지 않습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 갈때마다 바쁜 뉴요커들이 일과 후에 조깅하거나 삼삼오오 산책하는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공원의 여유로운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모습 말입니다. 그 센트럴 파크 못지 않는 공원이 서울에도 이렇게 있는지 이제야 알았네요. 여러번 이 지역을 차로 지날 때 눈에 들어온 ‘북서울꿈의숲” 표지판을 보았지만, 그 때는 분주했던 삶이 저를 그리로 인도하지 못했습니다. “멈춰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인 듯 합니다.

강북구 월계로에 위치한 ‘북서울 꿈의 숲’은 2009년 오세훈 시장 1기 재임 중에 개장한 서울 3대 공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4.7 보궐선거로 10년만에 재기에 성공한 오 시장의 재임 중 업적이 ‘디자인 서울’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 가운데 구경성부청사였던 서울시청 본관을 ‘도서관’으로 만든 것과 구 ‘드림랜드’자리에 ‘북서울꿈의숲’ 공원을 조성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북서울꿈의숲’ 공원 못지 않게 중요한 그의 업적은 구 서울시청 건물을 고민 끝에 ‘시립 도서관’으로 활용한 결정입니다. 대학 재직 중 공무로 해외 여러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도 시민들과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뉴욕시립도서관이나 시애틀시립도서관, 그리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같은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전통적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예술적인 뉴욕의 시립도서관과 온통 유리로 지어진 초현대식 시애틀시립도서관이 부러웠던 까닭은 외관과 시설이 좋아서가 아니었습니다. 도시 정중앙에 위치한 접근성 때문이었지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 큐브 모양의 개방형 산책 도서관입니다.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은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었는지는 몰라도 대중교통의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애물단지였습니다. 지금도 차없인 도서관 오지 말라는 발상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여전히 외딴 곳에 있어서 몇번 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도심에 도서관이 있으면 시민들은 물론이고,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도서관과 공원의 존재와 위치는 도시 디자인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이 강북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꿈을 키운 강북의 아들이란 점에서 ‘북서울꿈의숲’은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북서울꿈의숲’ 시민공원에서 한 것은 그 자신도 ‘북서울꿈의숲’ 조성을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소신과 약속의 정치’를 구현하다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 좌절을 맞본 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온갖 비난과 책임을 떠안은 채 야인의 생활을 해야만 했던 그에게 ‘북서울꿈의숲’은 미완의 꿈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그 고난의 긴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페루와 르완다 등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을 단련 시켰으며, 대학 강단에서 청년들과 소통하며 배우며 또한 틈틈이 저술활동을 하면서 실패를 희망으로 담금질해 왔습니다.

그가 그 힘든 시간을 딛고 2021년 다시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도 코로나로 힘들어 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재기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를 이겨내고 어떻게 회복하는 지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지를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재기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첫 번째 산의 정상에 오른 사람이 실패와 좌절의 골짜기를 지나 ‘두번째 산’을 어떻게 오르는 지를 몸소 보여주는 진정한 성공 스토리의 새로운 시작인 것입니다.

최근 서점가에 미국의 대이빗 브룩스(David Brooks)의 최근 저서 <두 번째 산(The Second Mountain)> (2019) 이 독자들의 사랑울 받고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두 개의 산을 오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 산은 개인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 오르는 지극히 정상적인 산입니다. 좋은 집, 멋진 가정, 좋은 직업, 맛있는 음식, 좋은 친구 등이 그것이지요. 그러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산의 정상에 오르고 나면, “뭐야 이게 다야?”하고 자문하면서 허전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뭔가 다른 것에 더 깊은 의미가 있는 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사람들은 정상에 올랐다가 불행하게도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깊은 나락에 빠집니다. 이 두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더 이상 첫번째 산의 정상에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위치는 “절망의 음침한 골짜기”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계곡의 깊은 골짜기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아마도 오세훈 시장의 경우도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이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되는 데, 그 때 사람들은 두 가지와 싸우면서 두 번째 산에 오른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이기적 자아(ego ideal)’와의 싸움이며, 두 번째는 ‘주류 문화(mainstream culture)’ 에 당당히 저항하는 싸움입니다. 그 결과 두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혼자 빛나는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소명에 응답하는 함께 빛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2021.4.23 ‘북서울꿈의숲’ 공원에서 요양중이신 어르신을 돌보는 자원봉사자의 뒷 모습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들은 초개인적인 사회로 파편화되는 세계를 다시 상호 의존적인 공동체적 삶의 세계로 바꾸는 데 그들의 남은 삶을 바칩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행복한 삶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진정으로 스마트한 삶을 위해서 두 번째 산을 찾아나선 것입니다.

‘북서울꿈의숲’ 칠폭지오 가는 오름길

오세훈 시장은 이제 골짜기를 벗어나 두 번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다시 한번 소신과 약속의 정치를 제대로 펼치기를 기대합니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중앙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해 당장은 부동산 문제가 시급하겠지만, ‘북서울꿈의숲’과 ‘서을시립도서관’과 같은 공공 시설이 부족한 곳을 찾아서 더 좋은 공원과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서로가 다른 집에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도 공원과 도서관만큼은 시민이면 모두 같은 곳을 사용한다는 공정하고 평등한 시민의식을 심어주기를 희망해봅니다. 그렇게해서 10년전에 이루지 못한 ‘북서울의 그 큰 꿈을’ 반드시 이루어내기를 바랍니다.

안동영, 윤희준, 구본수 등 본선 패자들로 구성되어 느리게 꽃을 피운 ‘안단테’

최근 방송국에서 경쟁적으로 기획하는 노래 경연대회는 다소 상업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경연대회의 공통점이 무명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재기의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모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끝난 남성 성악 경연대회 팬텀 싱어 본선에서 아쉽게 탈락한 세 명의 젊은 성악가들이 결성한 ‘안단테’의 이야기는 이중적 실패를 딛고 그들의이름처럼 ‘느리게’ 꽃을 피우고 있어 화제입니다.

특히 그들이 부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정환호의 ‘꽃 피는 날’이란 한국가곡이 요즘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본선을 통과한 다른 성악가들도 불렀지만 이들의 노래가 유독 좋은 것은 아마도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한 때 실패한 그들이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용기를 내어 소리를 느리게 가다듬어 만든 성음도 좋지만 한 때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다시 꽃이 ‘느리게’ 피듯이 아름답게 회복하는 노랫말이 마음에 와닿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비평가이자 문예이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대상이 별이라면, 사유 혹은 이념은 영원한 성좌(별자리)’라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즉, 밤하늘의 별은 무수히 넘쳐나고, 어느 별들을 골라서 연결하느냐에 따라서 만들어볼 수 있는 별자리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처럼 달라집니다. 그런데 그 별자리가 곧 밤하늘은 아니죠. 광활한 우주엔 무한대에 가까운 별들이 존재하고, 별자리는 단지 그 일부를 포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와 이념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벤야민이 보기에 세계 자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절대적이거나 궁극적인 이념은 존재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노래를 한번 실패한 모든 사람들과 오시장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요즘 유행어가 되어버린 ‘별의 순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러나 그 별은 홀로 외롭게 빛나는 별이 아니라, 발터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크고 작은 “별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성좌적 배열(constellations)’ “속에서 빛을 발하는 진정한 의미의 ‘별’이길 바랍니다.

2019년 오세훈 시장이 펴낸 <미래>

왜냐하면 그에게도 ‘꽃 피는 날’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그 동안 오랜 시간 “홀로 있는 밤 시린 공기가/ 모퉁이 구석진 곳 차갑게 스밀 때”가 있었을 것이고,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그의) 마음에 위로가 되어/ 잊혀진 기억 초라한 그곳에/ 작고 하얗게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날 숨 쉬는 오늘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피어”났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com/watch?v=0XSgvzFtRyE&feature=share

홀로 있는 밤 시린 공기가
모퉁이 구석진 곳 차갑게 스밀 때
흔적도 없는 빛바랜 그곳에
잠시 기대어 생각을 해 본다
난 가끔씩 그려 보았네
그리움을 뱉어낸 뒤에 꿈꾸는 날들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차갑고 깊은 바다 먼 곳에서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람과
시린 한숨들이 입가에 맺힐 때
난 가끔씩 그려 보았네
그리움을 뱉어낸 뒤에 꿈꾸는 날들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랬던 날들
내 마음에 위로가 되어
잊혀진 기억 초라한 그곳에
작고 하얗게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날 숨 쉬는 오늘이
아름답게 아름답게 피어나

-정환호, ‘꽃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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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3일 ‘북서울꿈의숲’ 공원 정경들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