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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이에게”

고독서원 2021. 6. 19. 09:44
2021.6.21 출간 예정인 시집 <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이에게>의 저자 ‘장적’은, <축성사>, <야로가>등 집권 지배층이 백성들에게 가져다 준 고통을 폭로하고 고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동정을 나타낸 중국 당나라의 사실주의 문학가가 ‘장적(張籍, 766-830)이 아닙니다. 이 시집의 저자 ‘장적’은 블로그에 글을 쓰시는 분의 필명입니다. 블로거께서 그간 쓰신 시를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서 출간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시집의 저자도 당나라 장적의 시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백성의 고난을 사실적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시대의 ‘장적’이라 하겠습니다. “어느 날 여러 손을 거쳐 아픈 손가락으로 쓴 시들이 내게 왔다. 반 쯤 읽다가 무심코 뜰에 나갔더니, 봄이라 상사화 푸른 잎이 빼곡히 올라오고 있다. 나는 안다, 그 푸른 잎들이 죽고, 곧고 높은 대공이 솟고, 그 끝에 꽃이 달린다는 것을.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나머지 반을 읽었다. 그때부터 눈앞에 자꾸 상사화가 어른거렸다. 곧고 높은 대공이 솟고, 곱고 단아한 꽃이 피길 바란다.” 철학자 김용규의 추천사

“내 손가락과 엄지 사이의 펜 하나, 나는 이것으로 땅을 파리라.
Between my finger and my thumb. The squat pen rests.
I’ll dig with it.”
-시머스 히니(Seamus Heaney),
‘땅파기(Digging)’가운데

“아무리 찬란한 5월이라지만
나는 한줌 어린 백성
“아! 5월이군요.”는 끝내 말할 수 없었다.”
-장적, ‘아! 5월이군요’ 가운데

장적, ‘어제 자살한 사람’ 가운데

장적, ‘아, 5월이군요’


장적, <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지나온 이에게> 가운데


장적, ‘불면’


장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운데
장적, ‘고애신처럼 지붕 위를 날고 싶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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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머스 히니는 아일랜드의 시인, 작가 겸 교수이다. 그는 1939년에 북아일랜드의 농가에서 태어났으며 1995년에 노벨 문학상, 2006년에 T. S. 엘리엇 상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 시집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 》이 있다. 아일랜드 이민자 아들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애송하는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머스 히니는 말한다. “나는 시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시는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알게한다.”

‘땅파기(Digging)’

-시머스 히니(Seamus Heaney)

내 손의 검지와 엄지 사이에
뭉툭한 펜이 놓여 있다; 권총처럼 편안하게.

내 창문 밑에선 삽이 자갈투성이 땅을
뚫고 들어갈 대 경쾌한 삐걱임 소리가 들리고,
나는 아버지가 땅을 파는 것을 내려다본다

아버지의 힘을 준 엉덩이가
화단에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이십 년 전 감자 밭에서 율동적으로
허리를 굽혀 땅을 파던 모습을 본다.

투박한 장화가 삽 등에 놓여 있고
안쪽 무릎에는 삽자루가 지렛대처럼 굳게 놓여 있었다.
그는 길게 자란 감자포기를 파고 밝은 번쩍이는
삽날을 깊이 묻어서 새 감자를 흩뿌린다.
손에 감자의 시원한 단단함을 사랑스러워하며

와우, 노인이 삽을 다룰 수 있었다니
그의 할아버지처럼 삽질을 잘 한단 말이야

우리 할아버지는 토너 영감의 늪에서
다른 누구보다도 많은 토탄을 하루에 캐냈지.
한 번은 나는 그에게 종이로 느슨하게 막은
병에 담은 우유를 가져다 드렸다.
그는 우유를 마시기 위해 허리를 펴고
곧바로 목구멍에 떨어뜨렸다.
더 좋은 토탄을 캐내려고.
반듯하게 눈금을 그리고 한 켜씩 떠냈다.
좋은 토탄을 찾아서 아래로 아래로.

감자밭 흙의 차가운 냄새
축축한 토탄의 질퍽거림과 철썩거림
싱싱한 뿌리를 끊는 삽날의 싹뚝 자르는 감촉이
내 마음 속에 되살아난다.
나에겐 그의 뒤를 이을 삽이 없다.

내 손가락 엄지와 검지 사이의 펜 하나, 나는 이것으로 땅을 파리라.

Between my finger and my thumb
The squat pen rests; snug as a gun.

Under my window, a clean rasping sound
When the spade sinks into gravelly ground:
My father, digging. I look down

Till his straining rump among the flowerbeds
Bends low, comes up twenty years away
Stooping in rhythm through potato drills

Where he was digging.

The coarse boot nestled on the lug, the shaft
Against the inside knee was levered firmly.
He rooted out tall tops, buried the bright edge deep
To scatter new potatoes that we picked,
Loving their cool hardness in our hands.

By God, the old man could handle a spade. Just like his old man.

My grandfather cut more turf in a day
Than any other man on Toner’s bog.
Once I carried him milk in a bottle
Corked sloppily with paper. He straightened up
To drink it, then fell to right away
Nicking and slicing neatly, heaving sods
Over his shoulder, going down and down
For the good turf. Digging.

The cold smell of potato mould, the squelch and slap
Of soggy peat, the curt cuts of an edge
Through living roots awaken in my head.
But I’ve no spade to follow men like them.

Between my finger and my thumb
The squat pen rests.
I’ll dig with it.

“역사는 내게 희망을 버리라고 하지만, 생에 단 한번 오랫동안 기다려온 정의의 물결이 일어나리라. 그때 희망은 역사와 함께 노래하리라.”-시머스 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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