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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의 마음: “바람의 소리에 어떤 비참함도 생각하지 않으려면”

고독서원 2021. 1. 7. 18:04


https://youtube.com/watch?v=lFX7STnf44w&feature=share


“One must have a mind of winter
To regard the frost and the boughs
Of the pine-trees crusted wit
​서리와 눈 쌓인 ​
소나무의 가지를 응시하려면...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And have been cold a long time
To behold the junipers shagged with ice,
The spruces rough in the distant glitter
얼음으로 뒤덮인 향나무와
멀리 일월의 햇빛 속에 반짝이는
거친 가문비나무를 바라보려면
오랫동안 추워야 한다

Of the January sun; and not to think
Of any misery in the sound of the wind,
In the sound of a few leaves,
바람 소리와
몇 안 남은 나뭇잎 소리에서
어떤 비참함도 생각하지 않으려면

Which is the sound of the land
Full of the same wind
That is blowing in the same bare place
그 소리는 대지의 소리
같은 헐벗은 장소에서 부는
같은 바람으로 가득한

For the listener, who listens in the snow,
And, nothing himself, beholds
Nothing that is not there and the nothing that is.
눈 속에서 귀 기울여 들으며
스스로 무(無)가 된 자는
그곳에 있지 않은 무와
그곳에 있는 무를 본다

- 월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눈사람(Snowman> (류시화 옮김)

월러스 스티븐스(1879-1955) 스티븐스는 18세기 초 종교적 박해를 피해 독일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후손이다. 1879년 루터교를 믿는 부유한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1897년부터 1900년까지 하버드 대학교를 특대생(비학위과정)으로 다녔다. 그 당시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를 만나 그의 저서 <시의 해석과 종교>(1900)를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2] 스티븐스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뉴욕에서 잠시 기자 생활을 하다가 뉴욕 법학전문학교(New York Law School)를 마치고 그의 형제들처럼 변호사가 되었다. 그가 44세가 되던 1923년 처음으로 시집 <소풍금(小風琴, Harmonium)>을 간행하였으나 초판은 별로 팔리지는 못했어도 비평가들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다. 1930년 첫 시집을 약간 손질하여 다시 출판한 후 <질서의 관념(Ideas of Order)>(1936), <부엉이의 클로버(Owl's Clover>(1936), <푸른 기타를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Blue Guitar)>(1937) 등을 잇달아 펴냈다.

“겨울은 사람에겐 무섭고 황량한 계절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자기성찰을 위한 계절일 수도 있다. 눈사람이 비록 봄이 오면, 녹을 지언정 그 추운 겨울날에도 황량한 바람의 소리를 듣고, 그 눈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기전부터 존재하는 나뭇가지의 서리에 성스러움을 시인은 노래 하고 있다.

그 춥고 매서운 바람에서도 굴하지 않고 서서 유지 하고 있는 눈사람을 설명하는 시인 월리스 스티븐스의 마음은 희망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인간존재론에 관한 은유가 잘된 시이기도 하며, 일생활에 가장 간단한 소재,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광경. 한 겨울에 눈사람을 보고, 인간의 고뇌와 번뇌를 대입 시킨 시인의 힘이 대단하다 하겠다.”(손근호)

이 시를 번역 소개한 류시화는 “눈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겨울이 춥지 않다. 어떤 옷으로도 자신을 감싸지 않고 오랫동안 추워 본 사람은 겨울이 불행하지 않다.”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눈사람’처럼 겨울과 같은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잎과 열매를 다 벗어던진 겨울나무로 결연히 서 있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자기 자신의 실체와 마주하는 길이고, 욕망과 관념을 투영함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스티븐스의 ‘눈사람’은 “우리가 어떤 것의 실체를 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헐벗을 수 있어야 하며, 자기 치장과 꾸밈을 버리고 추위 속에 견결하게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과 세상이 부여한 이미지들을 벗고 겨울 속 눈사람의 자세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두를 담으려면 스스로가 탕빈 무가 되어야 하고, 그런 무를 이룬 사람은 비참한 추위나 불행한 바람으로부터 자유롭다.”

https://youtube.com/watch?v=lvFq6JixFrs&feature=share